우리들의 이야기

투자의 인내를 도와주는 약

2026.07.20
투자의 상당부분은 '인내'로 점철된다. 기다림이 조금 더 길어졌다면, 결과가 하늘과 땅차이처럼 바뀐 투자는 너무나 많다. 게 중에는 10배 이상간 아이디어도 꿰 된다. '익절'이라고 위로하지만, 내 투자가 좀 더 느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나마 크게 먹을 것(?)을 놓친 것은 아쉬움은 있지만 아픔은 없다. (예전에는 좀 아팠지만, 지금은 덤덤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손실이 났을 때의 인내는 방향이 조금 다르다. 이 경우는 고통을 견뎌내는 그야말로 '인내'를 우리에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9,300포인트에서 순식간에 6500포인트로 수직 하락했다. 3000포인트라면, 예전에는 한국 주식시장의 수십년 역사의 산물이었는데,,, 한달 남짓에 비슷한 사이즈 하나가 없어졌으니, 고통이 없을수는 없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인내를 도와주는 약이 있으니, 나는 그것을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니, 인내의 처방도 달라질 것이다. 내 경우엔, 고통이 오게 될 경우엔 가사 없는 음악이 좋았다. 뭐라표현할까? 가사는 없지만 감정은 있는, 그런 음악! 내가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이게 아니었나 싶다. 나는 무려 10년간 라흐마니노프를 듣고 또 듣고 또 들었다. 아마 테잎이나, LP 판이었다면 늘어지고 닳아 없어졌을만큼의 시간이었다. 가끔은 음악만을 듣는 때도 있었지만 많은 때는 음악을 틀고 책을 읽거나 방송원고를 작성하는 시간들이었다. 끝없이 부족한 나를 일으켜 세운 '루틴' 옆에는 언제나 라흐마니노프가 있었다. 나의 라흐마니노프의 여정은 영화 '호르비츠를 위하여'에서 시작된다. 엄정아가 맡았던 피아노학원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 제자가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평범한 이야기였지만 아주 뭉클하게 본 기억을 가지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유명 피아니스트가 된 제자가, 과거 선생님 엄정아를 컨서트에 모셔서 연주를 하는데, 그때 나왔던 음악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이었다. 그때의 충격이라니...... 나의 소심하고 소박한 오디오의 여정은 바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에서 시작되었다.(라흐마니노프를 듣기 위해 오디오셋이 필요했다) 그리고 클래식에 대해 눈을 약간이나마 뜨게 된 것도 바로 이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연주자들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듣다보니, 연주자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간의 차이가 조금씩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즉, 연주자의 곡해석이란 것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시점 한국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두명의 천재 피아니스트 (한국에는 천재피아니스트 너무 많다) 조성진의 경우는 그야말로 정확하게 교과서처럼 연주한다. 군더더기가 없다. 최근 클라이번에서 우승한 임윤찬은 그야말로 격정의 피아니스트이다. 두사람모두 장기적으로 더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길 바래본다. 온라인 상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디지털 음반은 Best of Rachmaninov다. 총 20곡의 주옥같은 걸작들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앨범을 적어도 수백번은 들어본 듯 하다. 수천번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정말 마음이 슬프고 위로기 필요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 3악장 E단조 아다지오이다. 기회가 있다면, 눈이 완전히 덮힌 곳에서 이 노래를 들어보길 추천한다. 온세상이 완전히 새하얀 눈으로 덮힌 곳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잠시 러시아의 겨울 눈 덮인 광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질 것이다. 물론 투자로 깨져 위로가 필요할 때, 마음을 잠잠하게 만들어주는 요술같은 곡이기도 하다.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중 단일 악장으로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가 교향곡 2번 3악장인거 같다. 위로가 필요할 때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2024년 7월에 그동안 후원을 했던, 몽골 나무싶기 현장에 구독자들과 함께 다녀왔다. 약 4박5일간의 기간이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거기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몽골의 국립공원도, 울란바트르에서의 공연도 아니었고, 후원한 몽골 작은 숲에서 유목민 게르까지 걸어가던 약 1~2km의 초원이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지평선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초원을 걷고 있는 중 석양은 길게 지고 있었다. (석양지는 시간이 무지무지 길다) 그 길을 걷고 있자니, 이러 저러한 일들로 속닥속닥거리며, 작은 일에 얽매여 있었던 일상들이 너무 너무 하찮게 여겨졌다. 그 너른 초원에서 점과 같은 나란 존재와, 끝없는 대지와 대자연이 뿜어내는 자유함에 나는 완전히 무장해제당하고 말았다. 뻥뚫린 자연의 '자유함'앞에 나는 진정한 해방감을 맛보았던 것이다. 지평선을 걸치고 있는 대평야 앞에서 러시아의 대평원과 그들의 노래들이 떠올랐다.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식으로든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어떤식으로든지 그 환경을 담고 있다는 것. 라흐마니노프 교향곡2번 E단조는 우리에게 러시아의 자연이 무엇인지를 노래한다. 내가 겪고 있는 수많은 생각과 고통들이 대평원의 작은 점이라는 느낌을 주는 노래가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2번 3악장이다. 투자로 마음이 들썩일 때, 들어보기를 꼭 권한다. 지금같이 V-kospi 지수가 80을 넘는 때라는 더욱 필요한 처방이 아닌가 싶다.